3장 4절 | 팩트가 많을수록 진실에 가까워질까?
“정보는 많을수록 좋지.”
“데이터가 많으면 판단도 더 정확해지는 거 아냐?”
“팩트를 쌓다 보면 결국 진실에 다다르겠지.”
우리 모두가 한 번쯤 이렇게 생각해봤을 거야.
실제로도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data-driven decision)이라는 말은
요즘 회사와 조직에서 거의 교과서처럼 쓰이는 원칙이지.
하지만 이 믿음, 과연 맞는 걸까?
팩트는 많아도, 방향은 틀릴 수 있다
한 번 예를 들어보자.
직장인 대상 커머스 플랫폼에서 “고객 리포트”를 작성했다고 해보자.
그 보고서엔 이런 수치들이 들어있다:
- 1개월 내 신규 고객 유입 수: 4,302명
- 주간 재방문율: 23.6%
- 객단가 평균: 41,000원
- 반품률: 12.7%
- NPS 점수: +43
- 장바구니 이탈률: 58%
- 앱 실행 평균 시간: 5.4분
- 구매 전환율: 1.7%
- CS 응답 만족도: 89.2%
이 수치들은 전부 ‘팩트’다.
거짓 없이 수집되고, 정확하게 계산된 정보들.
그런데 문제는… 이걸 보고 무슨 결론을 내려야 할지 모른다는 데 있다.
- 이걸 통해 고객이 늘고 있는 걸까?
- 서비스가 좋아진 걸까?
- 제품력 때문인가, 마케팅 때문인가?
팩트는 있어도, 진실은 보이지 않는다.
숫자 자체가 ‘해석’을 대신해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팩트가 많으면 오히려 ‘정보의 숲’에 길을 잃을 수 있다
‘정보 과잉(Information Overload)’이라는 말 들어봤을 거야.
너무 많은 데이터, 너무 많은 수치, 너무 많은 그래프…
그 앞에서 사람은 오히려 판단력을 잃는다.
실제 회의에서 자주 벌어지는 장면:
- 데이터 팀이 12개 차트를 보여준다
- 실무자는 “이건 뭐지? 저건 왜 이렇게 나왔지?” 당황
- 상사는 “그래서 결론이 뭐야?”라고 묻는다
- 누구도 명확한 메시지를 내지 못한 채 회의 종료
이런 상황, 우리 모두 겪어봤을 거야.
팩트는 넘치는데, 그 팩트를 연결해서 맥락을 읽고 방향을 제시할 사람은 없다.
진실은 팩트의 양이 아니라, 연결의 질에서 나온다
팩트는 벽돌이다.
벽돌이 많다고 멋진 집이 지어지는 건 아니다.
그 벽돌을 어떻게 쌓느냐, 어떤 구조로 이어 붙이느냐,
어떤 목적을 갖고 설계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데이터도 마찬가지야.
- ‘객단가가 올랐다’는 팩트와
- ‘반품률이 함께 올랐다’는 팩트는
함께 보일 때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
(→ 높은 가격이 품질 만족도를 따라가지 못한 신호일 수 있음)
- ‘방문자 수가 줄었다’는 수치와
- ‘전환율이 높아졌다’는 수치가 함께 있으면?
마케팅 효율이 높아졌다는 반전의 메시지가 될 수 있다.
팩트는 중립적이지만, 해석은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
문제는 대부분의 조직, 발표, 보고서가
팩트를 나열하고 나면 “보는 사람이 알아서 판단하겠지”라는 전제로 끝나버린다는 거야.
하지만 사람은 그럴 수 없다.
각자의 경험, 직급, 관심, 선입견, 감정에 따라
똑같은 수치를 보고도 전혀 다른 해석을 한다.
결국 우리는
팩트가 아니라, 그 팩트를 통해 유도된 해석과 내러티브를 소비하는 것이다.
팩트에 속지 않기 위해 필요한 건 ‘구조화된 질문력’이다
팩트가 많은 세상에선
더 날카로운 질문이 무기다.
“이 수치의 맥락은 뭔가요?”
“이 지표는 어떤 지표와 함께 봐야 하나요?”
“이게 좋아졌다는 건, 다른 건 희생됐을 수도 있다는 뜻 아닌가요?”
“전체 평균 말고, 하위 그룹은 어떤 양상을 보였나요?”
“이건 어떤 사람들의 행동인가요? 전체를 대표하나요?”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팩트의 숫자에 휘둘리지 않고
팩트의 의미를 스스로 재구성할 수 있다.
데이터 리터러시란, 숫자의 나열이 아니라
숫자를 연결해 의미를 만들어내는 힘이다
우리는 더 이상
- 그래프가 많다고 신뢰하지 않고
- 수치가 많다고 설득당하지 않으며
- 말이 많은 리포트에 감탄하지 않는다
우리는 질문한다.
“이 많은 팩트 중에서,
정말 중요한 건 뭐지?”
“이 숫자들이 모여서 말하고자 하는 방향은 어디지?”
그리고 그 질문이 바로
정보의 숲에서 길을 찾는 가장 확실한 나침반이 된다.
[1장. “이 숫자, 진짜일까?”]
- 1-1. 매출이 200% 늘었다는데, 진짜 대박일까? ( Data literacy - 기저 효과 )
- 1-2. 평균의 함정: 내 월급은 왜 항상 평균보다 낮을까? ( Data literacy - 평균의 함정 )
- 1-3. 97%의 만족? 그 3%가 될 수 있는 나 ( Data literacy - 자기 선택 편향 )
- 1-4. 표본, 샘플, 응답률 — 누구 말을 믿을까? ( Data literacy - 비응답 편향 )
[2장. “그래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 2-1. Y축만 깎았을 뿐인데 매출이 폭등했다 ( Data literacy - Y축 자르기 )
- 2-2. 누적 그래프와 막대 그래프 사이의 간극 ( Data literacy - 누적과 막대 그래프 )
- 2-3. 이중축 그래프, 도대체 뭘 비교하자는 거지? ( Data literacy - 상관관계와 인과관계 착각의 함정 )
- 2-4. 그래프는 ‘보여주는’ 게 아니라 ‘숨기는’ 도구일 때가 많다 ( Data literacy - 선택된 수치의 힘
[3장. “그래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 3-1. 선택된 수치의 힘 ( Data literacy - 팩트가 많으면 진실에 가까운가? )
- 3-2. 데이터를 만든 사람의 입장 ( Data literacy - 데이터를 만든 사람의 입장 )
- 3-3. 중립을 가장한 편향 ( Data literacy - 중립을 가장한 편향 )
- 3-4. 팩트가 많으면 진실에 가까운가? ( Data literacy - 팩트가 많을수록 진실에 가까워질까?
[4장. “당신이 클릭하는 순간, 데이터는 당신을 읽는다”]
- 4-1. 추천 알고리즘은 왜 내 취향을 이렇게 잘 알까? ( Data literacy - 추천 알고리즘은 왜 내 취향을 이렇게 잘 알까? )
- 4-2. 내가 뭘 본 줄 아는 ‘그들’의 시선 ( Data literacy - 내가 뭘 본 줄 아는 ‘그들’의 시선 )
- 4-3. 퍼스널라이징의 함정: 더는 우연이 없는 세상 ( Data literacy - 퍼스널라이징의 함정 )
- 4-4. 내가 만든 데이터가 나를 규정하는 순간 ( Data literacy - 내가 만든 데이터가 나를 규정하는 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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