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뭘 본 줄 아는 ‘그들’의 시선
전혀 말을 한 적 없는 관심사가, 어느 날 갑자기 피드에 줄줄이 뜬다. “이걸 어떻게 알았지?” 그 순간, 문득 소름 돋는 한 가지 생각이 스친다. ‘나를 지켜보고 있는 그들’이 있다.
디지털 세계에는 '관찰자'가 있다
현대의 대부분 서비스는 사용자를 직접 ‘기록’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용자의 행동을 정교하게‘관찰’한다.
- 어떤 콘텐츠를 얼마나 스크롤했는가
- 어디서 멈췄고, 어디서 나갔는가
- 어떤 시간대에 어떤 앱을 열었는가
- 키보드로 뭘 검색했지만 클릭하지 않았는가
- 몇 초간 영상에 머물렀다가 나갔는가
이런 ‘비의식적 사용 흔적’들이 모여서 “당신은 이런 사람이다”라는 프로파일이 만들어진다.
이건 단순한 ‘광고 타깃팅’의 문제가 아니다. 당신의 정체성과 행동을 정의하는 데이터 프레임이 형성되는 것이다.
‘보고 있다는 느낌’ 없이 보는 건 위험하다
오프라인에서는 우리가 감시받고 있다고 느끼면 행동이 바뀐다. CCTV가 있으면 괜히 자세를 고치고, 말조심을 한다.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우리는 여전히 혼자 있다고 착각한다.
- 검색할 때 아무 생각 없이 키워드를 입력하고
- 민감한 주제를 읽고, 저장하고
- 비슷한 유형의 콘텐츠를 반복 소비하면서도
- 누군가 이 모든 걸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는다
이건 감시가 아니라, 관찰을 당하고 있다는 감각 자체가 없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
나는 서비스 이용자인 줄 알았는데, 그 서비스가 나를 읽고 있었다
우리는 입력하지 않는다. 우리는 분석된다.
우리는 대부분의 플랫폼에서 ‘로그인’하고 ‘정보를 입력’하고 ‘기록을 쌓는다’. 하지만 실은 그 반대다. 우리가 입력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분석되는 것이다.
예: 넷플릭스, 유튜브, 아마존, 쿠팡, 네이버…
내가 무엇을 클릭했는지뿐만 아니라, 클릭하지 않은 것에서 무엇을 ‘선택하지 않았는지’도 그들은 안다.
그리고 이 모든 건 나도 모르는 사이, 나의 ‘디지털 정체성’을 만들어낸다.
이제는 ‘무엇을 보았는가’가 아니라, ‘보았다고 판단된 나’를 기준으로 콘텐츠가 재배열된다.
- 한 번 ‘슬픔’을 주제로 한 영상을 보면 비슷한 감정의 콘텐츠가 따라온다
- 가벼운 정치 풍자를 클릭하면 극단적인 의견까지 노출되기 시작한다
- 쇼핑몰에서 힐링용품을 검색하면 나의 하루는 ‘지친 사람’으로 정의된다
내가 실제로 그런 사람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렇게 ‘판단된 데이터’가 다음 행동을 설계하기 때문이다.
데이터가 ‘나를 대표’할 때 생기는 부작용
이건 단지 콘텐츠의 문제가 아니다. 더 넓게 보면, 사회 속 나의 위치와 역할, 권한, 기회까지 영향을 미친다.
- 내 브라우징 기록은 광고 타깃이 되고
- 내 앱 사용 패턴은 건강 보험료에 영향을 주며
- 내 소비 패턴은 신용 점수의 판단 기준이 되고
- 나의 위치 정보는 안전, 금융, 보안 정책의 기준이 된다
데이터는 나를 표현하는 게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지정’하는 권한을 가진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 시선을 인식하는 훈련
-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지를 자각하기
→ 이 콘텐츠는 왜 나에게 추천됐을까?
→ 나는 이걸 스스로 선택한 걸까, 주어진 걸까? - 데이터는 행동을 기록할 뿐, 의도를 모른다는 걸 기억하기
→ ‘이런 콘텐츠를 많이 본다’ = 내가 좋아한다 ❌
→ ‘이 사이트에 오래 머문다’ = 만족했다 ❌ - 디지털 정체성과 나를 구분하기
→ 알고리즘이 나를 이렇게 본다고 해서,
→ 그게 나 자신을 정의할 수는 없다.
데이터 기반 추천에 ‘의심의 여지’를 남겨두기
→ 모든 추천을 따라가지 말고,
→ 우연과 낯설음에 공간을 남겨두기
“내가 뭘 본 줄 아는 그들.”
그 시선을 의식하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분석되는 객체가 아니라, 해석하는 주체가 된다.
우리는 관찰당하고 있다. 하지만 그 시선을 인지하는 사람만이,
스스로의 삶을 선택할 수 있다.

[목차] Part1. 데이터는 왜 우리를 속이는가
[1장. “이 숫자, 진짜일까?”]
- 1-1. 매출이 200% 늘었다는데, 진짜 대박일까? ( Data literacy - 기저 효과 )
- 1-2. 평균의 함정: 내 월급은 왜 항상 평균보다 낮을까? ( Data literacy - 평균의 함정 )
- 1-3. 97%의 만족? 그 3%가 될 수 있는 나 ( Data literacy - 자기 선택 편향 )
- 1-4. 표본, 샘플, 응답률 — 누구 말을 믿을까? ( Data literacy - 비응답 편향 )
[2장. “그래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 2-1. Y축만 깎았을 뿐인데 매출이 폭등했다 ( Data literacy - Y축 자르기 )
- 2-2. 누적 그래프와 막대 그래프 사이의 간극 ( Data literacy - 누적과 막대 그래프 )
- 2-3. 이중축 그래프, 도대체 뭘 비교하자는 거지? ( Data literacy - 상관관계와 인과관계 착각의 함정 )
- 2-4. 그래프는 ‘보여주는’ 게 아니라 ‘숨기는’ 도구일 때가 많다 ( Data literacy - 선택된 수치의 힘
[3장. “그래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 3-1. 선택된 수치의 힘 ( Data literacy - 팩트가 많으면 진실에 가까운가? )
- 3-2. 데이터를 만든 사람의 입장 ( Data literacy - 데이터를 만든 사람의 입장 )
- 3-3. 중립을 가장한 편향 ( Data literacy - 중립을 가장한 편향 )
- 3-4. 팩트가 많으면 진실에 가까운가? ( Data literacy - 팩트가 많을수록 진실에 가까워질까?
[4장. “당신이 클릭하는 순간, 데이터는 당신을 읽는다”]
- 4-1. 추천 알고리즘은 왜 내 취향을 이렇게 잘 알까? ( Data literacy - 추천 알고리즘은 왜 내 취향을 이렇게 잘 알까? )
- 4-2. 내가 뭘 본 줄 아는 ‘그들’의 시선 ( Data literacy - 내가 뭘 본 줄 아는 ‘그들’의 시선 )
- 4-3. 퍼스널라이징의 함정: 더는 우연이 없는 세상 ( Data literacy - 퍼스널라이징의 함정 )
- 4-4. 내가 만든 데이터가 나를 규정하는 순간 ( Data literacy - 내가 만든 데이터가 나를 규정하는 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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