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알고리즘은 왜 내 취향을 이렇게 잘 알까?
우리는 지금, 내가 클릭한 순간, 나보다 먼저 나를 해석하고 예측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추천 시스템은 '기억'하지 않는다. '예측'한다.
많은 사람들은 추천 시스템이 단순히 ‘내가 봤던 걸 기억해서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 그건 ‘기억’이 아니라 ‘예측’이다. 내가 뭘 봤는지뿐 아니라,
- 그걸 언제 봤는지
- 어떤 기기에서 봤는지
- 본 뒤에 무엇을 또 눌렀는지
- 어느 정도 스크롤했는지
- 같은 걸 본 사람들은 뭘 더 봤는지까지
수백, 수천 가지의 패턴을 실시간으로 분석해서 “당신이 다음에 뭘 보고 싶어할지”를 예측하는 것이다. 이건 단순한 필터가 아니다. 행동을 예측하고, 감정을 예측하고, 선택을 미리 정렬하는 기술이다.
추천은 ‘취향’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취향을 만든다’
처음 유튜브 알고리즘이 신기했던 때를 떠올려보자. “와, 나 이런 영상 좋아하는 줄 몰랐는데 너무 재밌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다.
- 비슷한 콘텐츠만 계속 노출되고
- 새로운 장르는 점점 보지 않게 되고
- 내가 좋아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보게 된 것들’이 내 취향을 덮는다
취향이란 건 원래 우연에서 생긴다. 하지만 추천 시스템은 그 우연의 여지를 줄인다.
- 내가 본 것 = 나의 선호
- 내가 머문 시간 = 흥미의 척도
- 내가 넘긴 것 = 비호감 신호
이렇게 해석한 뒤, 다시 그 기준대로 콘텐츠를 배치한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이전에 본 적 있는 나’를 계속 소비한다. 미래의 나는, 과거의 나의 데이터 위에서 반복된다.
내가 만든 데이터가 나를 해석하고, 다시 나를 제한한다
이건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다. 정체성과 자유의 문제다.
어떤 사람이 있다.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유튜브에서 ‘힐링’ 콘텐츠를 자주 본다. 그러다보니 알고리즘은 그에게 계속 ‘위로’와 ‘자기계발’ 콘텐츠만 보여준다. 이 사람은 결국, 늘 지쳐 있는 사람처럼 스스로를 정의하게 된다.
또 어떤 사람은 한 번 슬쩍 ‘극단적인 정치 유튜브’를 눌렀더니, 그 후로는 계속 비슷한 프레임의 영상만 본다. 처음엔 호기심이었지만, 점점 ‘이게 다 그런 거지’라는 인식이 깊어진다.
우리는 자기가 만든 데이터에 의해 해석되고, 분류되고, 유도된다.
데이터는 나를 돕는 것이 아니라, 나를 해석한 다음, 다시 나에게 그 해석을 강요한다.
개인화는 ‘선택’의 폭을 넓히는가, ‘선택’의 폭을 좁히는가
우리는 이제 너무나 익숙하게 ‘추천받는다’.
- 음악 추천
- 뉴스 큐레이션
- 음식 앱 추천 메뉴
- 여행지 개인화
- 쇼핑몰 추천 순위
그런데 묻고 싶다.
“예상하지 못했던 취향과 충돌했던 경험이 있었던가?”
“선택지가 많아진 게 아니라, 오히려 줄어든 건 아닐까?”
우리가 느끼는 편리함의 대가는, 예측 가능한 삶, 우연 없는 소비, 고정된 나일 수 있다.
그래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 개인을 위한 리터러시 질문들
추천 시스템을 거부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자각하고, 감각을 유지하는 일’이다.
다음은 추천을 받을 때 스스로에게 던져볼 수 있는 질문이다.
- “이건 내가 원한 건가, 보게 된 건가?”
- “비슷한 것들만 보고 있는 건 아닌가?”
- “최근 한 달 간, 완전히 새로운 콘텐츠를 본 적 있나?”
- “내가 클릭한 것과 진짜 내 관심사는 일치하는가?”
- “이 추천이 나를 돕는가, 가두는가?”
이런 질문 하나하나가 우리가 ‘소비자’가 아닌 ‘해석자’가 되는 감각을 길러준다.
데이터는 날 이해하지 않는다. 그냥 ‘패턴’만 따라간다.
추천 시스템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그건 단지 효율적으로 ‘당신 같은 사람’들이 클릭했던 것들을 당신 앞에 재배열해주는 기계적인 계산일 뿐이다.
우리가 놓치면 안 되는 건, 추천 시스템은 우리를 이해하지 않고, 그저 비슷하게 만들 뿐이라는 점이다.
“당신이 클릭하는 순간, 데이터는 당신을 읽는다.”
하지만 그 데이터를 해석하고 선택하는 힘은 여전히 우리에게 있다.
반복되지만, 리터러시는 그 순간 멈추고 나에게 질문할 수 있는 힘이다.

[목차] Part1. 데이터는 왜 우리를 속이는가
[1장. “이 숫자, 진짜일까?”]
- 1-1. 매출이 200% 늘었다는데, 진짜 대박일까? ( Data literacy - 기저 효과 )
- 1-2. 평균의 함정: 내 월급은 왜 항상 평균보다 낮을까? ( Data literacy - 평균의 함정 )
- 1-3. 97%의 만족? 그 3%가 될 수 있는 나 ( Data literacy - 자기 선택 편향 )
- 1-4. 표본, 샘플, 응답률 — 누구 말을 믿을까? ( Data literacy - 비응답 편향 )
[2장. “그래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 2-1. Y축만 깎았을 뿐인데 매출이 폭등했다 ( Data literacy - Y축 자르기 )
- 2-2. 누적 그래프와 막대 그래프 사이의 간극 ( Data literacy - 누적과 막대 그래프 )
- 2-3. 이중축 그래프, 도대체 뭘 비교하자는 거지? ( Data literacy - 상관관계와 인과관계 착각의 함정 )
- 2-4. 그래프는 ‘보여주는’ 게 아니라 ‘숨기는’ 도구일 때가 많다 ( Data literacy - 선택된 수치의 힘
[3장. “그래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 3-1. 선택된 수치의 힘 ( Data literacy - 팩트가 많으면 진실에 가까운가? )
- 3-2. 데이터를 만든 사람의 입장 ( Data literacy - 데이터를 만든 사람의 입장 )
- 3-3. 중립을 가장한 편향 ( Data literacy - 중립을 가장한 편향 )
- 3-4. 팩트가 많으면 진실에 가까운가? ( Data literacy - 팩트가 많을수록 진실에 가까워질까?
[4장. “당신이 클릭하는 순간, 데이터는 당신을 읽는다”]
- 4-1. 추천 알고리즘은 왜 내 취향을 이렇게 잘 알까? ( Data literacy - 추천 알고리즘은 왜 내 취향을 이렇게 잘 알까? )
- 4-2. 내가 뭘 본 줄 아는 ‘그들’의 시선 ( Data literacy - 내가 뭘 본 줄 아는 ‘그들’의 시선 )
- 4-3. 퍼스널라이징의 함정: 더는 우연이 없는 세상 ( Data literacy - 퍼스널라이징의 함정 )
- 4-4. 내가 만든 데이터가 나를 규정하는 순간 ( Data literacy - 내가 만든 데이터가 나를 규정하는 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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